[인터뷰]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넘어 온라인 부품 사업도 추진”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이사 인터뷰
“첨단공정 아닌 레거시 장비에 집중”
“중국·대만·미국 등으로 확장”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글로벌 장비사들은 첨단 공정에 자원을 집중하지만, 전력반도체나 차량용 제품에서는 레거시(구형) 공정 수요가 많다. 누군가는 레거시 공정 부품 공급과 새로운 장비 개발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글로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에 가장 적합한 회사가 서플러스글로벌이라고 자부한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우리의 역할이 반도체 공급망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레거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중국·대만·미국·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김 대표가 지난 2000년에 창업한 반도체 중고 장비 매입·매각 전문업체로 연간 수천대의 중고 장비를 거래한다. 설립 이후 거래한 누적 장비 숫자는 5만대가 넘고, 중고 장비 거래선은 5000곳 이상이다.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장비를 매입한 뒤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에 매각한다.
회사는 설립 이후 지난 20년간 연평균 2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2349억원, 영업이익 319억원이다. 지난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주력하는 분야는 28나노미터(nm) 이상 레거시 공정 장비다. 반도체 성능 개선을 위해 초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매출에서 레거시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다. 레거시 공정에 해당하는 8인치 웨이퍼 생산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월 25만장과 20만장으로 국내 기준으로 월 80만장,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는 월 700만장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6만8204제곱미터(㎡·약 2만631평) 규모의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준공했다. 1500대 이상의 반도체 중고 장비를 보유한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장비사들이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설비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공유 팹과 장비 턴키 솔루션 제공 서비스, 글로벌 부품 플랫폼 사업 등이다.
김 대표는 “중고 장비에 새 장비까지 합쳐 모든 장비를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현재 클러스터 규모가 2만1000평인데, 2030년에는 10만평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데 중고 장비 수요는 어떤가
전반적으로 감소세다. 지난해와 재작년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과열된 측면이 있어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냉각된 타이밍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장 가동률과 장비 투자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앞으로 V자와 L자형 중간 수준으로 시장이 살아날 것 같다.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건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한다.
반도체 시장이 어렵지만, 업황의 진폭이 심할 때 좋은 기회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투자 적기라고 판단하고 해외 투자나 클러스터 확장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예상하나
장비 수요 감소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다만 시황이 급변하고 있어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 대중(對中) 제재를 발표한 이후 글로벌 장비사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약 7개월 동안 연구했다. 최근 들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있어 하반기 이후에는 장비 매각 물량이 꽤 많아질 것 같다. 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투자 절벽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나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등 로직 분야는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 공유 팹에 ASML, KLA, 온투 이노베이션 등이 입주했는데 추가로 입주 예정인 업체가 있나
반도체산업협회에서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반도체 아카데미가 클러스터에 입주할 예정이다. 반도체 인재를 교육할 때 장비나 부품을 직접 다루면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300평 규모의 실습장을 짓고 있어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 글로벌 회사 4~5개와도 입주 계약을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회사 차원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아 시간은 조금 걸릴 수 있다.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확장 계획은
향후 공유 팹과 클러스터 공간 부족이 예상돼 확장을 검토 중이다. 1만평 정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착공에 들어간다. 중고 장비 데모 룸이나 연구개발(R&D) 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공유 팹 이외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에서 어떤 신사업을 추진 중인가
중고 장비와 새롭게 개발된 장비를 합쳐 한꺼번에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팹 증설 계획을 세운 회사들이 있는데, 거기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구성해 라인 전체를 꾸며주는 형식이다. 수많은 업체들과 거래하면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국 반도체 기업 중 최고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턴키 솔루션으로 수백대의 장비를 한꺼번에 공급하는 건 사실 쉽지 않다. 고객사에서 선호하는 장비도 있어서 일단 30%나 50%를 공급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공급망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레거시 공정 영역에서 턴키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부품 신사업은 어떤 형식인가
레거시 공정에서 단종된 부품, 대체가 필요한 부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또 회사마다 불용 부품이 산덩이처럼 쌓이는데, 대부분 폐기 처리된다. 현재는 글로벌 관점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시장이 없고, 이베이에서 산발적으로 유통된다.
준비 중인 사업은 글로벌 부품 플랫폼이다. 지금도 일부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내년 말까지 업그레이드해서 부품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장비사들이 갖고 있는 부품 악성 재고가 적게는 몇 천억원에서 많게는 몇 조원 수준이다. 이런 부품이 시장에 다시 나오는 건 반도체 공급망에도 좋은 일이다.
물론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글로벌 프로모션 등에 어려움이 많지만, 사업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또 오프라인 유통망이 없으면 안 된다. 지역별 확장이 필요해 클러스터를 중국, 대만, 미국, 독일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품 사업은 지금도 인원을 계속 보강하고 자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을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나
외국인 임직원 비율이 30% 이상인 글로벌 회사로 키우고 싶다. 지금은 7개국에서 온 외국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고 비율은 15% 수준인데, 향후 5년 내에 약 20개국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글로벌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또 중고 장비를 유통하면서 지구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캐치프레이즈를 ‘우리가 지구를 구한다(We Save the World)’로 바꾸려고 하는데, 임직원들이 ‘우리가 슈퍼 히어로’란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출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http://www.sisajournal-e.com)